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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교육기부_언어장벽

 

 

10년 후, 영어학원이 사라진다?

무너지는 언어장벽…토익 공부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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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10년 후, 이 기사를 읽는 모든 사람들은 수십 개의 외국어로 대화할 수 있게 될 것이므로 언어 장벽이라는 개념을 없앨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쯤 전인 지난해 1월 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기사의 내용입니다. ‘언어 장벽이 무너지려고 한다’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음성 인식 및 통·번역 기술의 미래에 대해 다뤘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10년 이내에 이어피스(ear piece, 귀 속에 넣는 장치)가 거의 실시간으로 통역된 말을 우리에게 속삭여주게 될 것입니다.

 

심지어 이어피스가 통역해서 들려주는 말의 목소리는 컴퓨터 음성이 아닌, 실제 상대방의 목소리를 주파수와 파장, 음향 세기 등을 측정해 바로 재현해낸 소리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마치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내 모국어를 구사하는 것과 같이, 상대방의 목소리 그대로 통역된 내용을 듣게 되는 것이죠. 생체 음향 공학의 발전 덕분입니다.

 

또 통·번역이 2개 언어 간에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언어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예를 들면 8명의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각자 자신의 언어로 말하더라도 이어피스는 사용자의 모국어로 통역해 들려주는 것입니다. 각자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아무런 불편 없이 파티를 즐길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정말 괄목상대할 만한 기술의 발전입니다.

 

WSJ은 통·번역 기술의 발전이 대규모 비영어권 사용자들에게 글로벌 비즈니스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예컨대 브라질에서 열리는 국제 컨퍼런스에서 한국인과 중국인이 비즈니스를 위해 영어로 대화해야 하는 일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또 소수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들도 새로운 시장으로 열립니다. 1만 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진 나라 인도네시아에서는 인니어와 영어, 만다린어, 프랑스어 외에도 무려 700여개의 언어가 사용됩니다. 해산물과 광물 등 자원이 풍부한 파푸아 뉴기니는 850개에 달하는 지역 언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나라들도 통·번역 기술로 얼마든지 진출할 수 있게 됩니다. WSJ은 ‘우리 중 누구라도 바벨탑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최근 들어 이야기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그에 따른 미래 사회상에 대해, 혹자는 ‘너무 앞서 나가는 것 아니냐’는 반응입니다. ‘강남 갔던 제비가 한두 마리 돌아왔다고 해서 봄이 온 것은 아니다’며 아직은 시간이 있다고 말합니다. 인간 수준의 번역 소프트웨어가 나왔다는 말은 광고를 위해 과장된 것이며, 인공지능(AI)이 통·번역사를 대체할 수준에 도달하려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기사의 첫머리, WSJ 기사에서 발췌한 문장은 제가 번역한 것이 아니라 구글이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을 그대로 구글 번역기에 붙여 넣고 도출된 번역문을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가져왔습니다. 문장에 문법적 오류가 거의 없고 뜻도 잘 통합니다. 저 문장뿐 아니라 기사 전체를 구글 번역기에 입력해보니 대부분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우스갯소리로 ‘구글 번역기에 돌렸냐’고 하면 ‘엉터리 번역’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지만 이제 그런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상용화된 번역 기술이 솔직히 놀라웠습니다.

 

국내에서도 최근 나온 광고 하나가 눈에 띕니다. ‘파파고’라는 이름의 네이버 번역 서비스는 ‘맥락에 맞는 번역’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나는 아침 일찍 아침을 준비했다’는 문장에서 앞에 나온 ‘아침(식사)’과 뒤의 ‘아침(시간)’을 맥락에 따른 의미로 알맞게 번역해 준다는 겁니다. 문학 작품이나 노래 가사도 의미에 맞게 번역된다고 파파고 측은 광고하고 있습니다. 이미 상용화된 번역 서비스입니다. 한편, IBM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왓슨’이 한국어 공부를 거의 마쳤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우리가 계산기의 산출 결과를 의심하지 않고 이용하면서 정확한 산수 계산보다는 수학의 원리와 논리 이해를 중요하게 여기듯이, 이제는 유창하고 정확한 영어 구사보다 언어 속에 담긴 철학과 상상력의 중요성이 훨씬 더 커지지 않을까요.

 

눈앞에 다가온 사회의 변화와 우리나라 교육현실은 괴리감이 상당히 큽니다. 학부모들은 아직 당장의 눈앞에 놓인 학교 성적과 입시, 취업 등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고, 영어 유치원, 영어 학원, 토익·토플 학원 등은 여전히 북적입니다. 교육 정책 역시 여전히 수시냐 정시냐, 불수능이냐 물수능이냐 등의 논의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지난해 ‘알파고 충격’과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교육 추세에 대한 각성으로 코딩교육 의무화 방침이 마련되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코딩 사교육, 코딩 선행학습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 하나의 교과 과목, 스펙이 될 뿐이라는 겁니다.

 

‘누구라도 주인이 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미래. 우리는 과연 얼마나 준비되어 있을까요. ‘아직 시간이 있다’는 말 속에 안주하기보다는 지금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교육의 변화가 무엇인지 전 사회적으로 함께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