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cebook
  • twitter
  • blog
  • youtube
"1000원의 유혹이 금메달 2개로 이어졌어요"

[인터뷰]리우올림픽 양궁 2관왕 구본찬 선수

80b634d3d79cf6a67807ffcf8ed3b118_1500848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선수들 간의 실력은 모두 비슷합니다.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오히려 순간의 집중력이죠.”


시위를 떠난 활은 되돌릴 수 없다. 할 수 있는 최선은 시위를 당기고 쏘는 그 찰나의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뿐. 브라질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구본찬 선수에게 양궁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이다. 지난 7월 16일 오후 한국과학창의재단 스카이라운지에서 교육기부에 나선 구 선수를 만났다.

 
시작은 1000원의 유혹이었다.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 양궁 감독이셨다. 양궁 훈련에 합류하면 주어지는 1000원이란 용돈이 큰 ‘당근’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운이 좋았다. 대회에 출전하는 것도 당시엔 색다른 경험이라 행복했다.


사춘기의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체육고등학교를 다니다보니 선후배 간 위계질서가 엄격했다. 잡념이 많아졌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온갖 회의가 밀려왔다. ‘다른 또래 친구들은 노래방도 가고 연말 분위기도 즐기는데 나는 왜 매일 활만 쏘지?’ 그날 훈련 중 도망을 나왔다. 막상 나와도 집 밖에 갈 곳이 없었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고민했어요. 앞으로 무슨 일을 하지? 그런데 제가 할 줄 알고 잘 할 수 있는 게 양궁 뿐이더군요. 다시 마음을 다잡고 돌아갔죠.”


돌아갔을 때 구 선수에게는 기존에 쓰던 활 대신 구형 활이 주어졌다. 일탈에 따른 벌이었다. 양궁선수에게 활 기종은 연습 성적과 직결된다. 당연히 좋은 성적이 나올 리 없었다. 그래도 버텼다. 마음을 다잡고 훈련하는 모습에 감독님도 마음을 푸셨다. 훈련에 훈련을 거듭한 결과 올림픽 출전이라는 큰 목표 지점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구 선수에게도 첫 올림픽 출전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관중들로 대회장이 꽉 차서 제가 개미가 된 것은 같은 느낌이었죠. 시쳇말로 오줌을 쌀 뻔 했어요. 중압감이 워낙 커서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선수들도 많죠. 긴장하지 않으려면 자신감을 갖고 순간에 집중해야 해요.”


양궁이라는 종목의 특성 때문일까. 구 선수는 굳이 내일을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오늘은 오늘 할 일을, 내 갈 길을 즐겁게 가자는 게 제 좌우명이에요. 지금 이 순간이 최고죠.”


얼마나 운동을 더 할 수 있을까.

 

“하루는 다른 종목 운동을 하다 실업팀에 못 가고 군대에 간 친구한테 연락이 왔어요. ‘나 진짜 운동하고 싶다, 너라도 끝까지 운동 열심히 해라.’ 제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깨달았죠. 다행히 양궁은 체력관리만 잘하면 40대에도 할 수 있는 운동이에요.”


제일 존경하는 선배는 남자 양궁 최초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오진혁 선수다.

 

“올림픽 출전 당시 같은 방을 쓰면서 함께 연습했고, 선수촌 생활 노하우부터 시합 때 긴장하지 않는 법까지 알려주셨어요. 실업팀 1위인 현대제철로 저를 이끌어주기도 하셨죠.”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구 선수에게도 미래의 꿈은 있다. 양궁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양궁은 심리전이라 선수들의 마음을 잘 파악해야 능률이 올라요. 선수들과 잘 소통하는 양궁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아쉬운 것은 그동안 너무 양궁 밖에 모르고 살아왔다는 점이에요. 국제대회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짧은 영어단어라도 내 능력으로 인터뷰를 해보고 싶더라고요. 어렸을 때 더 영어공부를 했더라면 내 가치를 더 높일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구 선수가 진로를 고민하는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하고픈 말은 간결하다.

 

“지금 하고 싶은게 있다면 즐겁게 하세요. 이걸 직업으로 삼아야지 고민하고 접근하면 더 힘들어져요. 이것저것 다양한 공부를 하고 난 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모님들께 당부하는 메시지도 명확하다.

 

”아이들에게 특정분야를 강요하거나  구속하지 않았으면 해요. 아이들은 너무 구속하면 의기소침해지죠. 공부만 시키지 말고 이것저것  전인교육을 시키면서 자립할 힘을 키워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