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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삶의 핵심 역량은 문제해결능력 아닐까요?”

청소년 기업가정신교육 현장을 가다-화성 삼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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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시멜로와 스파게티 면을 활용해 가장 높게 쌓으라는 미션이 주어졌어요. 우리 팀은 앉아서 고민만 하다 정해진 시간을 다 써버렸죠. 그때 깨달았던 것이 문제가 있으면 일단 어떤 방법이든 행동으로 옮겨봐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핵심은 직접 시도해 보는 것이었어요.”

화성 삼괴고 3학년 이진실 양이 지난해 5주 과정의 청소년 기업가정신 교육을 마친 소감이다.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장안로에 위치한 삼괴고등학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네이버와 함께 하는 ‘청소년기업가정신스쿨’의 변화유도형 장기교육에 참가하는 고교 중 한 곳이다. 지난해 교육을 마친 3학년 이진실, 김해선 양과 현재 교육에 참가중인 2학년 김규나 양, 손태민 군, 그리고 이 프로그램 운영을 담당하는 오일환 교사(36)를 최근 에듀드림이 만났다.

오 교사는 “삼괴고는 설립 이후 수 십년간 종합고(보통과+상과)였다가 2009년에 창업특성화고(비즈쿨, Bizcool)로 바뀌었다. 창업교육은 그때부터 해왔는데 당시엔 사업계획서를 써보는 단순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2015년 삼괴고는 학과개편에 따라 ‘인문계 일반고’라는 정체성을 갖게 됐다. 이때부터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교육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교장, 교감을 포함 7~8명의 교사들이 전문적학습공동체TF를 꾸리고 머리를 맞댔다.

오 교사는 “일반고라고 해서 단순히 수능시험을 통한 대학 입학이라는 목표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학교에서 길러줘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학생들에게 제일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결론은 문제해결능력을 기르는 것이었다”며 청소년 기업가정신스쿨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규나 : “중학생 때 사업을 해본 적이 있어요.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서 학용품 도안을 그려 필통이나 볼펜 등으로 제작해 SNS를 통해 팔았어요. 사전 지식도 없이 무모하게 시작했지만 통장에 200만원까지 찍히는 것을 보고 그때부터 CEO의 꿈을 갖게 됐어요. 비즈쿨인 삼괴고에 입학한 후 사업에 대해 이론적으로 배우는 시간도 많았어요. 특히 ‘무엇을 팔아야 돈을 많이 벌까’만을 생각하던 제가 앙트러프러너십(entrepreneurship, 기업가정신) 교육을 통해 사회에 나가서 ‘무슨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될까’라는 자세로 바뀌면서 CEO라는 막연했던 꿈을 좀 더 구체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 지난해 교육에 참가했던 3학년 학생이 먼저 경험담을 이야기해 주세요.

진실 : “주입식 강의 위주가 아닌 행동위주의 수업방식이라 모두 즐겁게 참여했어요. 1만원으로 직접 사업을 해보기도 하고 네이버사옥에서 열린 워크숍도 인상적이었어요. 당시 네이버는 브이라이브(V Live), 모두(modoo) 같은 새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었는데 만약 저희가 그런 서비스를 출시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할지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졌어요. 이후 ‘나도 세상과 무관하지 않고 세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구나’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해선 “저는 5주과정이 끝난 후 연합반에서 프로젝트수업까지 수강했습니다. 저희 학교는 ‘청소년 흡연문제 해결’을 주제로 잡아 자금이 거의 들지 않는 금연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4주간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어떻게 진행해야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금연교육 시작 때 박하사탕을 나눠주기도 하고 금단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스트레칭이나 행동들을 또래 친구들이 알려줬더니 산만했던 아이들이 모두 집중하는 것을 보고 뿌듯했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변화된 점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태민 : “이전에 했던 창업교육은 아이들을 교실에 앉혀놓고 주입식 이론교육만 하는 식이었어요. ‘이론만 배우면 뭐 하나, 실전을 해봐야지’ 이런 생각을 하며 무척 답답해했죠. 그런데 이번 프로그램은 뭔가 달랐어요. 학생들에게 필요한 가방을 디자인해보는 수업이 있었는데 3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내고 만드는 것까지 완성해야 됐죠. 서로서로 의견을 내면서 잘못된 점을 깨닫고 ‘이 점을 고쳐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의 발전과정을 거치며 아이디어를 조금씩 구체화시키는 경험이 무척 좋았습니다. ”

-닮고 싶은 롤모델 창업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규나 : “이름이 기억나진 않지만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집안을 밝힐 수 있는 기막힌 방법을 찾아낸 사람이 있다고 들었어요. 표백제를 넣은 물병램프(*모저램프: Moser Lamp)만으로 빛을 밝히는 기술을 개발하고 또 그 기술을 더 발전시켜 전력이 공급되지 않는 필리핀 빈민가에 보급한 사람의 이야기도 무척 감동적이었어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의 고충을 이해하고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가를 보면서 ‘저런 게 바로 기업이구나’ 감동을 받았어요.”

- 선생님 입장에서 느끼시는 변화는 어떤 점이 있나요?

오 교사 : “올해로 교사 11년차인데 최근 2~3년 전부터 교육에 대한 생각 메커니즘이 확 바뀐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방향으로 마인드가 바뀌었죠. 10년 전 아이들은 밤 10~11시까지 교실에 앉혀놓고 자율학습 시키고 ‘모르는 거 있으면 가져와’ 하면서 공부시키는 게 선생님의 역할이었죠.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다릅니다. 최근 7~8년 새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교사로서 거기에 둔감해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교사 역시 학생 개개인에 맞는 수업방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기업가정신교육은 제 생각을 바꿔준 계기가 됐습니다.”

-이전에도 비즈쿨 사업을 하면서 다양한 창업교육을 실시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교육이 특별히 달랐던 점은 무엇인가요?

오 교사 :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교사들끼리 ‘업체에 맡기지 말고 우리끼리 해보자’ 이런 얘길 많이 했습니다. 그만큼 창업교육을 해준다는 업체들은 많지만 아이들의 능력을 길러주거나 생각의 힘을 키워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었어요. 사업계획서를 어떻게 쓰는지 지도해주고 결국 잘 안되면 마무리까지 업체가 해주는 식이었어요. 아예 시작할 때 ‘저희는 결과 보고서를 만들어드립니다’라고 하는데 강남 사교육 현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리지만 우리 학교가 추구하는 방향과는 맞지 않았습니다. 진짜 기업가정신을 가르친다면 아이들이 문제해결을 할 수 있고 사업계획서를 만든 이후에도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단계별 필요한 능력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이 나와야 하지 않나 생각하던 중 이번 프로그램을 접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교육당국이나 선생님들께 ‘앞으로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면.

진실 : “사실 1년 전 일이라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오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다시 그때의 느낌과 가르침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나요.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이 지나면 저도 어른이 되는데 기업가정신 교육을 통해 느꼈던 감동은 잊지못할 것 같아요. ”

해선 : “평소에 기자가 되고 싶다고 친구들한테 제 꿈을 이야기하는데 프로그램 참여 이후 꿈을 더 구체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어떤 기자가 돼야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사회복지 분야를 전문으로 보도하는 기자'가 되겠다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됐어요."

규나 : “사업이나 경영에 관심이 없더라도 기업가정신스쿨에서 배운 문제해결능력은 모든 이들의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량인 것 같아요. 저는 우리 교육의 초점 역시 아이들이 자신에게 닥친 사소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능력이 얼마나 되는가에 맞춰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가정신에 입각해 우리 교육의 방향이 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태민 : "일반고의 위기라는 말도 많이 나오는데 많은 일반 고등학교들이 상위권 아이들만 신경 쓰고 중하위권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학교는 모든 학생을 포용하는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중하위권 학생까지 함께 끌고 가주는 학교가 좋은 학교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계속 성장하면서 제 능력을 확장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오 교사는 “수능시험도, 실생활에서 닥치는 사소한 문제도 이를 헤쳐나가는 능력은 기업가정신 교육을 통해 생긴다고 봅니다. 문제해결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제를 인지하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능력만 학교에서 길러줘도 우리 아이들이 무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모저램프(Moser Lamp): 2002년 브라질 시골 마을의 기계공 알프레도 모저(Alfredo Moser)가 개발한 램프, 필리핀 마이쉘터재단 창립자이자 총괄디렉터 일락 안젤로 디아지(Illac Diaz)가 ‘모저 램프’를 이용해 ‘리터오브라이트(Liter of Light) 프로젝트’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