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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가 말하는 과학자 되는 법 “하루 한 시간씩 멍 때리기”

[기자단이 간다] 2008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마틴 챌피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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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 한 시간씩 밖에 서있는 것입니다. 매일 했는데도 과학자가 안됐다면 그땐 저를 찾아오시기 바랍니다.”

과학자가 되기 위해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요?’ 어린이청소년 기자단의 질문에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마틴 챌피 미국 컬럼비아대 생물과학과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챌피 교수는 녹색 형광 단백질(GFP)’을 유전자 연구에 활용하는 방법을 개발해 2008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GFP를 생물학적 표지로 활용해 신경세포나 암세포가 어떻게 자라며 퍼져 가는지 관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10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1회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 기조강연을 마친 챌피 교수를 어린이청소년 교육기부 기자단이 만났다.

-교수님은 초등학생 때 무엇을 하며 시간을 많이 보내셨는지 궁금해요.
많은 것을 좋아했어요. 책도 많이 읽었고, 수학 과학도 좋아했습니다. 좋은 학생이긴 했지만 엄청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어요. 중학교 1학년 때 어머니께서 학교로 불려가시기도 했어요. 교장선생님께서 마틴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어요. 아버지가 결혼하기 전에 프로 기타리스트였는데, 12살 때 저에게 기타를 주셨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기타를 많이 쳤고 지금도 자주 칩니다.

-어렸을 때 작은 생물을 키워본 적이 있나요?
금붕어 정도를 키워본 것 같아요. 그런데 어렸을 때 네이처지를 보면서 동물 그림을 오려내 공책에 붙이곤 했는데, 지금도 가지고 있어요.

-왜 노벨상을 수상했다고 생각하시나요?
노벨상은 정말 재미있는 상이이에요. 저는 생물학자인데 노벨 화학상을 받았죠. 굉장히 놀랐습니다. 만약 제 연구에 딱 적합한 상이 있었다면 의약·생리학상을 탔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화학상을 받은 이유는 아마 노벨위원회가 과학자가 아닌 분자에 상을 줬기 때문이라고 짐작합니다. 단백질 자체가 상을 받았다는 의미죠.

-연구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해요.
대학생 때 여름방학에 연구소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모든 실험이 실패했어요. 그래서 방학이 끝날 때쯤 연구소장님을 찾아가서 얘기를 했더니 소장님은 집에 가서 푹 쉬라고만 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재충전을 하라고. 쉬고 나서 딱 한번만 실험을 더 해보자고요.

그래서 그렇게 했죠.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와서 다시 한 번 시도를 했는데, 완전히 실패했습니다(웃음). 그래서 절대 과학자가 되지 않기로 결심했죠. 대학을 졸업하고 여러 직업을 가졌습니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어요. 그런데 방학 기간 동안 연구소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고, 그때 아이디어를 실험했는데 성공했어요. 그리고 계속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서 계속했습니다.

과학 실험은 종종 실패하죠. 그래서 여러 실험을 동시에 해야 해요. 저는 이게 과학을 하는 아주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한 가지가 실패하면 다른 프로젝트를 하면 되니까요. 세계에서 최초로 뭔가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 정말 힘들지만 기분 좋은 일이거든요. 새로운 걸 발견한다는 것이 다시 한 번 도전할 수 있는 자그마한 희망을 주는 것 같아요.
 
 -교수님의 연구 결과는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어떤 분이 저한테 과학을 하는 세 가지 방법에 대해 말한 적이 있어요. 첫 번째는 모두가 궁금해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에요. 그런데 이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두 번째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그밖에 나머지 전부에요.

저는 새로운 것을 찾는데 흥미가 있었고, 사람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일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제 연구결과가 앞으로 사회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기란 어렵습니다. 그저 새로운 것을 배울 때 다음 단계에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 것이란 점만 알고 있죠.

-저처럼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지금 무엇을 하면 교수님처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나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웃음). 과학자가 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매일 밖에 한 시간씩 나가 한자리에 서있는 거예요. 그랬는데도 과학자가 되지 않는다면 저를 찾아오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과학을 정말 좋아한다면 계속 시도를 하는 게 중요해요.

한국 사정은 잘 모르지만 미국에 있는 제 딸 얘기를 하자면,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딸의 가장 큰 두려움은 잘못된 선택을 할 것이라는 점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너는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기 때문이죠.

그러나 세상에 잘못된 선택, 옳은 선택이란 없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 세상에는 내게 맞는 단 한 가지 일이 있고, 그걸 선택해야 한다는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걸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하곤 합니다.

-공부할 돈은 어떻게 마련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항상 장학금을 받으셨나요?
외할머니가 드레스를 만드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족 사업이 됐는데요, 사업이 잘될 때는 부모님이 학비를 대주셨지만 힘들 때는 장학금을 받았어요. 과학 연구를 하는데 재정적 지원은 너무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미국에서는 기초과학 관련 대학원 과정은 완전히 무료에요. 등록금은 물론 용돈도 주죠. 40~50년간 이러한 전통이 이어졌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노벨상을 받은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노벨상은 끊임없이 주는 선물이라고. 한 가지 선물은 전 세계에서 초청을 받아 이렇게 학생들을 만나고, 노벨상이 아니었더라면 갈 수 없었을 곳이나 만날 수 없었을 사람들을 만나는 거예요. 이번이 세 번째 한국 방문인데 모두 노벨상 수상 이후의 일입니다(웃음).

이상한 답일 수도 있지만 음악이나 공연 등 예술을 얘기할 때 황금기를 말하곤 하죠. ‘언제가 최고였어하면서. 그런데 과학이 재미있는 것은 항상 황금기가 지금 이 순간이라는 거예요. 여러분이 과학자가 될 땐 그때가 황금기일 겁니다. 과학은 항상 더 나아지고 있고, 우리는 항상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발견합니다. 할 수 있는 한 그 짜릿한 경험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교육기부 어린이청소년 기자단 김동희 김희서 박주현 오영아 전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