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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시대일수록 기본이 중요합니다”

[기자단이 간다] ‘타잔 과학자’ 최재천 교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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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학생들은 직업을 7~8개 가질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아야 합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기본이 중요합니다. 인문학과 기초과학을 잘 배워야 합니다. 지금 잘 나가는 분야가 20년 후에도 계속 잘 나갈 확률은 ‘0’에 가깝습니다. 부모님들은 자녀한테 이거해라, 저거해라 얘기하지 마시고, 자녀가 하고 싶어 하는 걸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세요.”

 

‘2017 사이언스 마스터클래스마지막 강연자로 나선 타잔 과학자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부모님들께 드리는 당부의 말씀입니다. 최 교수님은 경기도 킨텍스에서 7일 동안 열린 21회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에 기조강연자로 참석, 과학과 미래에 대해 1시간 반 동안 경륜과 지혜가 담긴 말씀을 설파했습니다.

 

어린이청소년 교육기부 기자단은 강연 후 최 교수님과 따로 만나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책을 쓰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우리말 첫 책으로 개미제국의 발견을 썼어요. 과학자로서 연구 내용을 대중과 소통하는 첫 책이었는데 호평을 받았어요. 상도 받고 칭찬도 많이 받은 책입니다. 저는 고교생 정도는 돼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초등학생들도 많이 읽더라고요. 아마 제가 가능한 한 글을 쉽게 쓰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오리는 알을 깨고 나왔을 때 처음 본 동물을 엄마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각인 행동이라고 해요. 과학도 어렸을 때 각인이 되면 더 친숙하고 이해도가 넓어질 것이라 기대했어요. 그래서 청소년을 위한 책을 쓰고 싶었어요.

 

-정글에서 위험한 상황은 없었나요?

=제가 코스타리카, 파나마, 인도네시아 등등 정글을 많이 다녔는데요, 생각하는 것보다 정글이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아요. 정글에서 죽을 확률이 서울에서 교통사고 날 확률보다 낮아요. 대도시에서 강도를 만날 확률보다도 낮죠. 그렇다고 위험하지 않다는 건 아니에요. 저도 죽을 뻔한 적이 있습니다. 중미에 총알개미라고 있어요. 쏘이면 3분의 1 정도의 확률로 사망에 이릅니다. 제가 좀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려고 절벽을 내려가고 있었는데 미끄러져서 이 개미한테 팔에 한 방 쏘였어요. 1분도 안 돼서 아래 계곡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더군요. 어지러워서 시야가 핑 돈 겁니다. 그 때 계속 절벽을 내려갔다면 아마 정신을 잃고 추락해서 죽었을 거예요. 그런데 내려가지 않고 다시 올라갔어요. 어떻게든 평평한 곳으로 가야겠다고 순간적으로 판단한 거죠. 나중에 누가 깨워서 눈을 떴더니 절벽 위에서 제가 누워 있더군요. 기절을 했는데 얼마나 오래 누워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총알개미한테 쏘였을 때가 가장 위험했던 순간이라고 생각되네요.

 

-우리나라의 환경 상태가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심각하죠. 국토는 좁은데 사람이 너무 많잖아요. 많이 파괴됐죠. 그럼에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이 정도 수준의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정도죠. 외국 환경학자들이 깜짝 놀라면서 한국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소개하는 내용이 있어요. 불과 반세기만에 민둥산을 푸른 산으로 바꾼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드물어요. 우리나라는 산림녹화를 제일 잘 하는 나라로 꼽힙니다. 다만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죠. 하지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점점 나아질 겁니다. 우리나라 수족관에 있던 돌고래를 4년 동안 7마리를 바다로 내보냈는데 다 잘 살고 있어요. 세계에서 칭송받고 있죠. 한 쪽으로는 계속 파괴가 일어나고 있지만 또 한 쪽에서는 복원이 일어나고 있어요. 저는 더 좋아지는 쪽으로 갈 것이라 믿고 있어요.

 

-일을 하시다가 힘들 때 휴식은 어떻게 취하시나요?

=사실 휴식시간이 별로 없어요. 일이 너무 많거든요. 굉장히 많은 일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잘 해내는 쪽으로 능력을 발달시켜 온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자랑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그건 분명해요. 거의 쉬는 시간 없이 일을 한다는 게 결코 좋거나 바람직한 일은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그나마 시간이 나면 멍 때리기를 하는 편이에요. ‘멍 때리기는 상상하기, 망상하기, 쓸 데 없는 생각하기 뭐 이런 걸 모아놓은 말이 아닐까 싶네요.

 

-제인 구달 박사님과 대담을 진행하셨을 때 인상 깊거나 감동받았던 부분은 무엇인지요?

=감동의 연속이죠. 매 순간이 감동입니다. 20년 동안 많이 배웠어요. 이 분이 음식을 정말 조금 드세요. 그렇게 조금 드시고 어떻게 그런 많은 힘든 일정을 소화하시는지 놀라워요. 도대체 이 할머니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 경외감을 갖고 지켜보게 됩니다. 이 분은 자기 삶을 온전히 바친 분입니다. 환경 보전을 위해 정말 헌신한 분이죠. 그래서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하셨을 때 한 교수님께서 성인(聖人, saint)이 아닌가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연세에 1300일 이상을 비행기 타고 힘든 일정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죠. 그럼에도 버티시는 이유가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롯이 환경과 자연을 위해서예요. 그러니 감동의 연속이죠.

 

-앞으로 이루시고자 하는 목표나 꿈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웬만큼은 다 하고 살았는데.(웃음) 동물행동학이라는 백과사전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아주 두꺼운 책으로 4권이 나올 예정인데, 관련 분야 과학자들이 1000명도 넘게 참여하는 큰 프로젝트입니다. 그런데 영광스럽게도 제가 전체 이 책 발간을 위한 총괄 편집장으로 추대됐어요. 2019년에 나올 예정인데, 잘 만들려고 열심히 일을 하고 있어요.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들에게 전체적으로 집필 내용을 조율해야 하는 일이어서 하루 2~3시간씩은 꼭 이 일에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에요. 백과사전을 멋있게 만드는 게 지금의 목표입니다.

 

-교수로서 느낀 보람은 어떤 것이 있는지요?

=제자들이 잘 해주면 보람을 느끼죠. 사실 세계적인 학자는 보통 한 동물만 연구합니다. 딱정벌레면 딱정벌레, 진딧물이면 진딧물, 개미면 개미 한 동물만 평생을 연구하죠.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쓴 120여 편의 논문은 그렇지가 못해요. 딱정벌레도 썼다가, 청개구리도 썼다가, 까치도 썼다가 뭐 중구난방입니다. 한심하죠. 미국만 해도 동물연구 학자들이 1만 명이 넘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주 적어요. 몇 사람 없죠. 그러다보니 제자가 되고 싶다면서 저를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아요. 동물을 연구하고 싶은데 지도해 줄만한 교수가 적으니까 저한테도 많이 찾아온 거죠. 제가 미국에서 돌아와 서울대학교에 처음 자리를 잡았을 때 그렇게 찾아오는 학생들을 다 밀어냈어요. 제가 연구하는 동물과 다른 동물을 연구하고 싶다며 찾아왔으니까요. 그런데 1년 반만에 마음을 바꿔 먹었어요. 나 자신의 연구를 접고 학생들이 하고 싶어하는 연구를 같이 연구하기로 했죠. 그렇게 공부한 제 제자들은 모두 훌륭한 전문가가 됐어요. 한 동물만 연구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나니까 억울한 감정이 생기는 거예요. 나도 한 가지 동물만 연구해서 세계적인 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왜 포기한 삶을 살아야 했나 속상했던 거죠. 술을 마신 뒤에 신세한탄도 하고 그랬다고 해요. 그런데 최근에 놀랄 만한 반전이 일어났어요. 조금 전에 동물행동학이라는 백과사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제가 왜 이 거대한 프로젝트에 총괄 편집장으로 추대됐겠어요? 깊이는 부족했을지 몰라도 여러 많은 동물을 연구한 이는 제가 거의 유일했던 거예요. 덕분에 큰 영광을 누린 겁니다. 비록 제 연구는 포기했지만 제자들이 훌륭하게 성장한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끼죠.

​<교육기부 어린이청소년 기자단 박서율 배수연 이태영 임지은 최지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