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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나눔을 실천하는 교육기부, KIST가 앞장섭니다

[드림멘토] 이병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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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로이터통신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25개 연구기관’에 2015년, 2016년 2년 연속 6위에 올랐습니다. 6위가 뭐 대단한 거냐고 여기실 수도 있겠지만, 속사정을 알고 나면 그런 생각이 싹 가실만 합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8위), 일본 이화학연구소(13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16회) 등 내로라하는 연구원들이 모두 KIST보다 뒤에 이름을 올렸으니까요. 상위 1~5위는 미국 보건복지부, 일본 과학기술국 등 규모나 성격 면에서 KIST와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곳이어서, 비슷한 규모나 성격 면에서는 세계 ‘톱’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수십 곳 공공연구기관 중 명단에 이름을 올린 곳은 KIST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저희 스스로 자랑하기에 부끄럽기도 해서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국내 다른 기관 소속 연구원 분들이 해외출장을 다녀와서 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합니다. KIST가 혁신 연구기관에 이름을 올리고 순위도 높아서 해외 연구모임에 나가 칭찬을 많이 듣는다고 해요. 자부심을 느낀다고 하시니 저희도 기분이 좋죠.”

 

KIST를 이끌고 있는 이병권 원장의 말씀입니다. 이 원장은 지난 2014년에 이어 올해 초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25개 출연연구기관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로 통합된 이후 연임 원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네요. NST 출범 이후 출연연 원장 연임 규정이 한층 까다로워졌음에도 연임에 성공했으니 남다른 능력자로 평가받아도 무방할 듯 합니다. KIST는 연구 실적뿐만 아니라 교육기부에도 남다른 열정으로 임하고 있어 타의 모범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에 교육기부 웹진 ‘꿈트리’가 이 원장님을 직접 만나 과학자가 된 계기, 교육기부에 열심인 이유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KIST가 교육기부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우리 원은 ‘교육기부’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전부터 교육기부활동을 진행해 왔습니다. 2006년 KIST의 역사와 연구성과를 담은 역사관을 개관했는데, 그 때 원내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청소년들에게 연구소 방문의 기회를 주자는 뜻에서 ‘KIST 과학탐방’을 시행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점차 활동을 넓혀 현재는 연간 500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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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는 주로 어떤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요?

=KIST에서는 정말 다양한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운영되는 KIST 과학탐방을 비롯해 4월 과학의 달 기념 과학상상나눔 페스티벌, 여름방학에 열리는 ‘중·고등학생 사이언스캠프’ 등이 있습니다. 올해에는 지하철 6호선 상월곡역에 ‘사이언스 스테이션’을 개관해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KIST 강릉분원에서는 ‘나눔과학관’을 개관해 강원지역 영동권 유일의 체험형 과학관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조직에 생긴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변화가 있는지요?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면 연구만으로도 충분히 바쁜 직원들이 ‘굳이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라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기부 프로그램에 참가한 직원에게 원내 활동 점수를 부여해 인사고과에 가점을 주는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꼭 인사고과 점수를 떠나서라도 KIST 교육기부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의 변화에 보람을 느끼고 적극적 참가를 하는 연구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KIST의 교육기부 활동에 있어 특히 언제 보람을 느끼시는지요?

=KIST의 교육기부 활동을 참가한 학생들이 좋은 영향을 받아 과학기술 분야로 진로를 선택하고, 소식을 전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저는 가끔 직원들에게 “KIST의 교육기부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이 KIST의 직원이 될 날이 곧 오지 않겠느냐”라는 말을 합니다. 최근에는 고등학생 사이언스 캠프에 참가한 학생이 고등학생으로서는 생소할 수 있는 ‘뇌과학’ 분야에 참가하면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최근 하버드대학교의 신경과학 분야 박사과정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러한 소식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귀 기관을 벗어나 인근의 학교, 지자체, 주민 등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떤 소통과 협력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지난 3월 지하철 6호선 ‘상월곡역(한국과학기술연구원역)’을 사이언스 스테이션으로 개관했습니다. 2015년부터 6개 기관이 협력해 기획한 사이언스 스테이션에서는 과학주제의 전시와 강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 사업은 우리나라 최초로 지하철역이 과학관이 된 사례로 대중에게 친숙한 지하철역사 공간에서 과학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과학대중화에 기여하기 위한 사업입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과학과 동화를 접목해 과학원리를 구연동화로 쉽게 알려주는 어린이 프로그램(주 2회), 청소년 대상 테마별 강연 프로그램(주 1회), 일반인 대상 프로그램(월 1회) 등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역사 내부의 강연장은 사전 예약시 주민 누구나 사용 할 수 있는 열린 소통의 장으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매달 관내 복지관, 자원봉사 단체와 함께 ‘지역사회공헌활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탄 나르기, 사랑의 바자회, 무료급식 지원 등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연구소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반기별로 ‘KIST 예술문화마당’을 개최하고 지역주민들을 초청해 뮤지컬, 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쉽게 접할 기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근의 학교, 연구소와는 협력해서 홍릉포럼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KIST가 있는 홍릉 인근에는 고려대, KISTI 서울분원, 고등과학원 등 다양한 연구기관과 대학이 밀집해 있습니다. 과거 홍릉연구단지 내 일부 기관의 지방 이전에 따라 홍릉 연구단지의 재창조 논의가 본격화되었습니다. 이에 홍릉에 있는 기관장들의 뜻을 모아 홍릉포럼을 개최, 운영위원회와 실무기획단 회의를 정례화 하여 지속적인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질문을 좀 드리고 싶습니다. 과학자가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어릴 때 우리나라는 참 가난했습니다. 급속하게 산업화되면서 성장하는 모습도 몸소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산업화가 과학기술 발전에 있다는 것도 어렴풋이나마 느꼈습니다. 미제, 일제가 최고라고 하던 시절 우리 기술로 우리가 만들어서 외국에 수출하는 모습은 저에게 있어서 엄청난 충격이었고 이러한 발전에 일조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많은 분야에 계신 분들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셨지만 저에게는 과학자라는 직업이 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물론 그 시절 과학자에 대한 대우도 다른 직업보다 더 좋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게 저는 화학 공부를 시작했고 서울대 화공과에 진학했습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화공학자로서 살아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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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를 사람 냄새 풀풀 나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지요?

=좋은 연구소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이기에 KIST 내에는 엄청난 가능성을 가진 인재들이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우수 인재의 영입도 중요하지만,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는 KIST 내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 냄새가 풀풀 나는 곳’이라는 표현도 구성원들끼리의 소통이 잘 되고 이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의견을 펼 수 있는 분위기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원내 소통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4시의 희망곡’과 ‘KIST OASIS’라는 프로그램은 원장인 제가 직접 참여하여 직군별, 혹은 희망자들과 함께 기관 경영철학이나 현안 사항을 논의하는 자리로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제 자랑인 것 같아 쑥스럽지만, 평소에도 보고하거나 의견이 있는 경우 보직자뿐만 아니라 실무 담당자와도 안건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정도로 원장실의 문턱을 낮추었습니다.

 

-KIST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연구기관에 2년 연속 선정되는 성과를 냈는데 비결이 궁금합니다.

=로이터 통신에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연구기관’을 선정했는데 2015년, 2016년 2년 연속 6위를 달성했습니다. 프랑스 국립 과학연구원(8위),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13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16위) 등 세계적 연구기관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해서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KIST가 높은 순위에 선정된 이유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소인만큼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진행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KIST는 할 수 있는 연구가 아닌, 해야만 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2년의 단기적 성과가 아니라 20~30년 뒤의 대한민국을 생각하며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초고령화시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등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행복한 삶에 기여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데, 아마 이러한 KIST의 목표가 세계적 트렌드와 함께 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KIST의 향후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KIST는 크게 세 가지 연구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첫 번째가 4차 산업혁명 주도형 연구입니다. 지난해 착수한 양자컴퓨팅, 인공신경망 모사사업을 시작으로,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혁신적 연구를 지속 발굴·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초고령화 시대에 대비하는 연구에 집중하려 합니다. 치매조기진단기술을 넘어, 치매 정복, 노인성질환 예방기술 개발로 초고령화시대, 우리사회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완화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끝으로 기후변화 대응 연구에도 신경을 쓸 예정입니다. 신재생 에너지, 초미세먼지 해결 기술개발 등으로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속가능한 친환경 도시를 구현하는데 일조하고자 합니다.

 

KIST의 비전인 ‘자긍심을 갖고 이루자’는 뜻의 PRIDE는, 향후 집중해야 할 5대 영역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Pioneer(Firtst-Mover형 R&D혁신), Revolution(미래사회 대응 R&D역량 결집), Internationalization(글로벌 연구수행체계 확립), Duty(국가연구소로서 사회적 책무 이행), Entrepreneurship(신기술창업 활성화 및 중소기업 지원)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지난시간 다져온 혁신기반 위에, 과학기술계 혁신선도와 국가연구소에 걸맞은 임무수행에 주력할 것입니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이 저술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책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모든 것에 가격을 붙여 거래하는 세상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통적으로 비시장 규범이 지배하던 영역마저도 시장 만능주의가 확산되어 가는 추세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인센티브를 핵심 수단으로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 온난화, 초고령화 사회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한 예로 1993년 스위스 정부는 사업계획 초기 볼펜쉬셴 지방이 가장 안전한 곳이니 여기에 핵 폐기장을 건립해야 한다며 지역 주민에게 사업 찬반에 대해 물었습니다. 당시 지역 주민 가운데 51%가 찬성했습니다. 이후 스위스 정부는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매년 6000유로의 재정적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찬성 비율이 25%로 격감했다고 합니다. 지역 주민들이 가졌던 공공을 위한 희생, 시민으로서의 의무와 같은 비시장적 규범은 옅어지고 재정적 인센티브가 ‘안전을 파는 대가’로 인식됨에 따라 찬성표가 감소한 것입니다. 우리 KIST가 지난 50년 국가발전에 크게 공헌할 수 있었던 것도 국가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연구원들의 사명감과 자존감(pride)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KIST는 이와 같은 전통을 살려 국민 행복을 증진하는 연구와 함께 미래 세대를 준비하는 과학문화 확산과 교육에 더욱 힘써 나가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아이들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부모님들과 아이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4차 산업혁명은 과학기술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지고 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꼭 갖춰야할 소양을 프로그래밍 관련 지식으로 보고 학교에서도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떠한 지식보다도 실패를 용인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저나 제 세대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소위 Fast Following이 대세였습니다. 따라가는 입장에서는 실수나 실패는 곧 낙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First Mover로 도약해야 하는 시기이고, 이 도약은 우리가 아닌 우리의 아이들이 이루어야 할 장기적인 과제입니다. 창의와 열정은 많은 실패에서 비롯됩니다. 정확히 말하면 성실실패입니다. 이러한 성실실패가 용인되어야 더 많이 도전하고 더 많이 넘어지지만 더 많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고, 많이 도전하고 학부모님들은 학생들의 실패를 용인하며 힘을 북돋아줘야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창의적 인재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교육정책 담당자, 교육기부 담당자, 교사 분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현 정부의 교육 공약인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입니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교육정책 담당자나, 교육기부 담당자, 교사 모두 이 한 마디만 기억한다면 우리나라의 교육은 올바른 방향으로 갈 거라고 굳게 믿습니다. 저도 연구현장을 지키며 이곳을 궁금해 하는 모든 아이를 ‘우리 모두의 아이’로 여기며 교육기부 활동에 힘을 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