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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SIDE] 세상의 모든 지혜, 국립중앙도서관 - 임원선 국립중앙도서관장

국립중앙도서관은 금년에 두 가지 경사를 맞았습니다. 하나는 올해로 개관한 지 70주년을 맞이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도서관이 소장한 장서의 수가 1000만권을 돌파한 것입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국가대표 도서관입니다. 국가대표 축구팀이 나라마다 하나이듯이 국가대표 도서관도 하나씩 있는데, 저희 국립중앙도서관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국가대표 도서관의 임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나라에서 발행된 모든 자료를 빠짐없이 모아서 후대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보존하고 서비스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런 사명감이 도서관 선배들이 나라가 독립을 되찾은 지 불과 두 달 만에 국립도서관을 개관하게 한 원동력이었고, 그래서 오늘날 저희가 이런 경사를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장서가 1000만권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쉽게 가늠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 소장된 책 한 권의 두께는 평균 2.35센티미터쯤 됩니다. 그러니까, 천만 권의 책을 서가에 쭉 꽂으면 무려 235킬로미터가 되고, 거리로는 경부고속도로로 서울에서 김천 정도에 이르는 것이 됩니다.

임원선 국립중앙도서관장

사실, 이 천만 장서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성과라기보다는 우리나라의 문화와 지식사회가 일궈낸 성과라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수 있습니다. 그 만한 지식과 정보가 우리 문화계와 학계에서 산출되었기에 우리가 그것을 수집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자료도 국립중앙도서관에 직접 오지 못하시는 분들께는 별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료의 손쉬운 활용을 위해 이런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작업도 서두르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단행본 기준으로 46만 건의 자료가 완결됐습니다. 지난해부터는 디지털화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시간당 2500페이지를 처리할 수 있는 로봇 스캐너도 도입했고, 기증자료 등을 활용해 고속 스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광학문자판독을 통해 자료의 활용도를 높이는 작업도 시작했습니다. 모바일 서비스는 물론, 외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링크드 오픈 데이터 형태로 변환해서 서비스하는 것도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국립중앙도서관은 인터넷과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지식과 정보의 생산과 유통 환경이 혁명적으로 바뀌면서 그 역할에 대해 크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전 세계의 다른 도서관들도 다 같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과거의 도서관은 발간된 책과 논문을 수집하고, 정리해서 서비스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었지만, 이젠 민간부문이 이를 대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술논문 등은 상업적 DB 서비스에 의해 주도되고 있고, 책은 점차 전자책 시장이 커지면서 유통사가 주도권을 가지게 돼, 도서관의 역할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정보로 넘쳐나고 전방위적인 통합검색을 지향하는 인터넷 포털들의 존재도 도서관의 역할과 겹치는 게 많습니다.

이런 문제는 공공도서관처럼 공간을 중심으로 한 도서관보다는 연구․전문 도서관처럼 자료를 중심으로 하는 도서관에서 더 심각합니다.

임원선 국립중앙도서관장

이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에는 기존 도서관 자료의 개념범위를 확대하는 것과 자료에 대한 접근 방법을 확대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소홀히 해왔던 음반이나 영상, 방송 등과 온라인 자료를 수집·서비스하는 것과 빅데이터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라든지, 도서관이 아카이브 또는 박물관의 역할을 하는 방법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기존엔 직접 자료를 제공하는 서비스에 치중했다면, 이젠 민간 서비스를 종합해 매개하는 것으로 역할을 줄이는 대신, 비상업적인 자료 등 민간에서 도외시하기 쉬운 자료들까지 빠짐없이 수집함으로써, 중요한 자료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휘발되어 사리지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물관의 역할이란, 디지털이 복제할 수 없는 책의 물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끝내 디지털로 전환할 수 없는 실제 자료가 갖는 의미를 찾아 이를 보존하고 전달하는 것 역시, 역설적이지만 디지털 시대의 도서관의 역할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립중앙도서관은 우선 소장하고 있는 근대문학 자료의 스토리를 재구성해 전시할 예정입니다. 도서관이 가진 희귀한 자료들이 가진 유일성을 전시를 통해 보여주기 위해 현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도서관 안에 문학관이 들어오는 것과 유사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컴퓨터를 휴대해서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포털을 통해서 모든 것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많이 찾지는 않지만 중요한 정보, 그리고 관심이 사그라지면서 사라질 수도 있었던 자료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자료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을 스토리로 구성해서 제공하는 역할을 통해 새로 전개되는 세상에서도 이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지혜를 제공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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