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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예방 교육기부…"방관자의 역할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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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아이도 자신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런데 또 주먹을 쓰면 '난 이것밖에 안 되는 구나'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런 생각은 '난 형편없는 인간이니까 또 해도 된다'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지게 돼요. 다음번 폭력은 더 쉬워지고…."

 

하규섭 국립서울병원장(54)은 학교폭력이 벌어지기까지 학생들의 정신적인 변화 과정을 설명하며 "학교폭력 가해자의 상당수가 그 전에 피해자인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또 다른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

 

1962년 우리나라의 국립정신병원 중 가장 먼저 개원한 국립서울병원은 2013년부터 공공정신보건사업을 시작해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학교폭력은 학생들의 자살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이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폭력이 폭력을 낳는 상황에서 이들이 찾아낸 해결책은 의외로 단순했다. 폭력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방관자'의 역할에 주목한 것이다. 하 원장이 '콜럼버스의 달걀'이라고 묘사한 대표 교육기부 프로그램 '희망품 학교'는 그렇게 시작됐다.

 

"교실 전체가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새로운 장이 돼야 한다는 거예요. 결국 폭력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에서 폭력을 없애는 공간으로 공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거죠. 거기서 저희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방관자였던 아이들을 말리는 아이들로 바꾸는 것이었어요."

 

학교폭력의 방관자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제외한, 교실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다. 이들 중 용기를 갖고 폭력을 저지할 수 있도록 '용기대표'를 뽑아 교실의 분위기를 전환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직접 학교폭력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토론의 시간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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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들이 기대한 것보다도 효과가 좋았어요. 교장선생님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학교 선생님들, 학부형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거든요. 그 결과 학교폭력이 굉장히 많이 일어나던 학교가 다른 보통의 학교 수준으로 떨어졌어요."

 

국립서울병원이 개발한 학교폭력 예방사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울시에서 학교폭력의 발생 빈도가 높은 학교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자 광진구, 관악구, 성북구 지역의 10개 초·중학교로 사업이 확산됐다. 하 원장은 "교육기부가 활성화되면서 교육계에 큰 변화가 찾아온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최소한의 시간, 비용, 인력으로 교육에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전국 232개 시군구에 208개 정도의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있어요. 이렇게 만드는 데 20년이 걸렸어요. 정신건강센터는 정신병원과 이미지가 달라 훨씬 접근성도 좋고, 필요한 검사와 상담을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현재는 학교에서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의뢰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죠."

 

하지만 아직까지 정신보건분야의 교육기부 사업은 갈 길이 멀다. 경북대병원의 '학생정신건강센터'와 한림대병원의 '자살과학생정신건강연구소' 등 청소년들을 위한 정신건강센터가 국내에 설립돼 있지만 전체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 국립서울병원이 내년부터 '국립정신건강센터'로 개편된다. 앞으로 이곳에서 만들어진 정신보건 사업 프로그램이 전국 정신보건센터에 보급돼 각 지역 학교에 프로그램이 적용된다. 청소년 정신보건 분야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담당하는 셈이다.

 

하 원장은 마지막으로 정신보건 분야 교육기부 확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우리 국민들 중에 죽기 전에 정신과적인 질병에 걸리는 확률이 심각한 병만 잡아도 15%, 덜 심한 병까지 잡으면 25%를 차지해요. 그렇다면 이건 학교에서 가르쳐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학교 선생님들이 가르치기 어려운 전문적인 분야, 실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분야가 교육기부를 통해 교육 현장과 잘 결합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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